미국으로의 이민이 시작되어 한인들이 미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리를 잡아온 지 벌써100년이 지났다. 이제, 70년대에 다시 시작된 미국 본토로의 한인 이민 역사가 어느덧 반세기에 접어드니 이민 일세들의 노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피땀 흘리며 열심히 노력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낸 우리 이민 1세들이다.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면서 가끔씩은 후세대를 위해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에 대해 한번씩 자문해 보게 된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어릴 때 그들의 뿌리를 가르치고 정체성을 심어줄려고 한국학교에도 보내고 틈틈이 한국으로 연수 교육도 다녀오게도 하였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성인이 되면 마치 바나나처럼 겉은 노랗지만 속은 완전히 흰 Americanized citizen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그들이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들 자식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가르칠 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품게 된다. 이민 1세대인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우리의 2세들이 얼마나 단합해서 Korean-American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한인 커뮤니티를 세워나갈까도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타민족들은 어떻게 후세대들을 교육시키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민족은 단연 유태인들이다. 2천년전 나라를 잃고 diasporas로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지만 그들은 결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늘날까지 당당히 살아 남았다. 그 비결로는 유태교를 바탕으로 한 자기들의 독특한 전통 문화 유산을 전승해 오면서 주체성을 지켜왔고, 어려운 환경이 닥치면 전세계 유태인들이 단합하여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내는 탄탄한 응집력이 위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3억 인구중 약 2%를 차지하는 6백만 유태인들은 150년 전부터 건립하기 시작한 Jewish Community Center (JCC)를 미국과 캐나다에 약 350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Community Center에서 어릴 때부터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익혀서 자기의 뿌리를 알고 정체성을 키워 나가며 본인의 인격 수양과 아울러 긍정적인 삶을 배우게 하고 커뮤니티를 위해서 봉사하는 건전한 인격체로 길러내고 있다.
이Community Center의 기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5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유태인 남자 120명 이상 되는 거주지에는 독자적인 유태인 사회 센터를 만들고 유태인 생활을 관할하는 유태법(토라에 따른 해석)에 의한 규범을 거주민 전체가 준수하게 하였다. 이처럼 공동체를 위한 사회 준수 규범을 만들어 뿌리를 내리게 한 전통이 일찍이 그들에게 있어왔던 것이다.
뉴저지 중부 프린스턴 일원에는 한인이 약5,000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교육과 문화의 도시인 프린스턴의 한인사회에서 침묵을 깨고 의미있는 움직임이 일었다. 2006년, 몇몇 1.5세 한인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도 JCC를 모델로 하여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냈다. 그들은 한국의 전통문화을 발전 계승하는 것을 비젼(vision)으로 삼고 한인들로 하여금 생활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한 삶을 살며 주위의 주류 사회와 한국 문화를 공유 발전 시키는 것을 미션(mission)으로 내걸었다. 이에 한인커뮤니티가 호응하여 2007년에 Korean Community Center of Greater Princeton(KCCP)이 정식으로 발족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커뮤니티 센터의 창립 멤버는 한 가정당$5,000의 기부금을 5년간 분할해서 지불하는 핵심 멤버들이다. 현재 60여 가정에 이르고 있고 100 개 가정을 목표로 새로운 멤버들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역한인들을 위한 행사로서 매년 영화의 밤(5월), 모금 골프(6월), 추석 갈라 모금의 밤(9월), Health Fair(11월)을 개최하고 Woman Club 과 Senior Club 등 그룹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기금을 아끼기 위해 KCCP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업과 활동은 자원 봉사로 이루어지는 순수한 풀뿌리 운동이다.
5년 전, KCCP를 조직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할 때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한인사회의 시선은 이제 기대와 성원의 박수로 바뀌었다. 어려운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60여 만불 (건물 준공후 약정액까지 합치면 거의 100만불)이 모아졌다. 이에 힘입어, 지난 8월에 마침내 프린스턴 상가 밀집지대 근처에 6.4 Acres의 부지를 매입하는 큰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이 놀라운 진척상황에 고무되어 KCCP의 모든 멤버들은 앞으로 5년이내에 10,000 sq ft에 이르는 종합 복지관, 학교 교실, 강연실 등을 건립하기 위해 가일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 이민을 와서 이곳 프린스턴을 제2의 고항으로 삼고 앞으로 우리의 자식들과 자식들이 자란 고향을 위해 무언가 조그마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필자도 KCCP가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기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이 KCCP의 사업에 참여시켜서 역할을 맡겨준 KCCP 회원들께 무한한 감사를 느끼게 된다. 부디, 이러한 한인 커뮤니티 센터가 프린스턴 뿐만 아니라 미 전역, 나아가 800만 한인들이 사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 확대되어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를 계승하고 발달시키는 중심 역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가끔씩은, 조만간 만들어질 커뮤니티 센터에서 손자의 손을 이끌고 거닐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그런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너무나 행복하다.
# 뉴욕 한국일보 2011년 9월 17일(토요일)자 오피니언 섹션의 발언대에 실린 기사의 원문입니다.